개발자도 시골에서 살 수 있을까? 전원생활 3년차가 알려주는 실전 가이드
(서울을 떠나 시골에 정착 중인 가상의 개발자를 가정하고 글을 써보았습니다. )
3년 전, 서울 강남의 스타트업에서 야근에 지쳐있던 평범한 웹 개발자였습니다. 매일 2시간 통근, 미세먼지, 높은 생활비에 지친 일상이었죠. "개발자도 시골에서 살 수 있을까?"라는 호기심 반, 절망 반으로 시작한 전원생활이 벌써 3년째입니다.
지금은 작은 농가주택에서 텃밭을 가꾸며 원격근무를 하고 있습니다. 도시보다 훨씬 저렴한 생활비, 깨끗한 공기, 그리고 무엇보다 여유로운 일상을 누리고 있어요.
이 글에서는 실제로 겪은 시행착오와 해결책을 솔직하게 공유하겠습니다. 전원생활을 꿈꾸는 개발자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라요.
전원생활 vs 도시생활: 개발자가 느낀 실제 차이점
생활비는 정말 저렴할까?
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죠.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해드릴게요.
항목 서울 생활 시골 생활 특이사항
주거비 | 월세 높음 | 전세 저렴 | 초기 보증금 필요 |
교통비 | 대중교통 | 차량 필수 | 유지비 고려 필요 |
식비 | 외식 위주 | 직접 조리 | 텃밭 활용 가능 |
문화생활 | 다양함 | 제한적 | 창의적 대안 필요 |
결론: 전체적으로 30-40% 정도 생활비가 절약되지만, 차량 구입비와 같은 초기 비용이 있어요.
일과의 변화
서울 시절 (회사 출근)
- 07:00 기상 → 출근 준비
- 08:30 지하철 출근 (1시간)
- 09:30-18:30 회사 업무
- 19:30 퇴근 후 저녁
- 21:00 개인 시간 (피곤해서 넷플릭스)
현재 (원격근무)
- 06:30 기상 → 텃밭 돌보기
- 08:00 아침식사 후 산책
- 09:30-18:00 재택근무 (중간에 농사일)
- 18:30 저녁 농사일
- 20:00 독서나 사이드 프로젝트
가장 큰 변화: 통근 시간 2시간이 농사와 개인 시간으로 바뀌었어요.
전원생활 개발자의 필수 인프라 구축법
1. 인터넷 환경: 생명선 확보하기
인터넷 환경 개선
기존 회선을 더 빠른 인터넷으로 업그레이드했어요. 개발 업무와 화상회의에 문제없는 속도를 확보했습니다.
안정성 확보 방법
- 백업 인터넷: LTE 라우터로 이중화
- 정전 대비: UPS와 파워뱅크 준비
- 비상 계획: 긴급시 작업 가능한 카페 2-3곳 파악
핵심 팁: 이사 전에 꼭 인터넷 속도를 현장에서 직접 테스트해보세요!
2. 작업 환경: 집중할 수 있는 공간 만들기
홈 오피스 구성
- 독립된 공간: 별채나 방 하나를 완전히 사무실로
- 충분한 책상: 듀얼 모니터 + 노트북 설치 가능한 크기
- 좋은 의자: 하루 8시간 앉아도 괜찮은 제품
- 온도 조절: 에어컨 + 난방 시설 필수
개발 장비
- 메인 데스크탑: 집에서 메인 작업용
- 노트북: 외출이나 카페 작업용
- 듀얼 모니터: 생산성 향상의 핵심
- 웹캠/마이크: 화상회의 품질 중요
3. 비상 계획: 예상치 못한 상황 대비
정전 대비책
- UPS: 갑작스런 정전에 안전한 저장
- 파워뱅크: 노트북 충전용 대용량
- 발전기: 장시간 정전시 (선택사항)
인터넷 장애 대비
- LTE 라우터: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
- 스마트폰 핫스팟: 임시 방편
- 근처 카페: 평소에 와이파이 비밀번호 확보
원격근무 전환: 프리랜서 잡 찾기
원격근무 효율성 높이기
시간 관리 노하우
- 고정 업무 시간: 9시-6시는 반드시 지키기
- 중간 휴식: 2시간마다 10분씩 밖에 나가기
- 경계 설정: 업무 시간 외엔 메신저 끄기
협업 도구 활용
- Slack: 실시간 소통
- Notion: 문서 관리와 업무 계획
- Zoom: 화상회의 (백업으로 Google Meet)
- GitHub: 코드 협업 (당연히!)
농업과 IT의 만남: 스마트팜 도전기
텃밭에서 시작된 IT 프로젝트
문제 발견
전원생활 첫해, 물주기를 깜빡해서 토마토를 말려 죽인 사건이 발생했어요. "이것도 자동화할 수 없을까?"라는 생각이 들었죠.
해결 과정
- 문제 분석: 언제, 얼마나 물을 줘야 하는가?
- 센서 도입: 토양 습도, 온도, 조도 측정
- 자동화 시스템: 라즈베리파이 + 펌프 제어
- 모니터링: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 확인
실제 구현한 스마트팜 기능들
1. 자동 관수 시스템
사용 기술
- 라즈베리파이 4
- 토양 습도 센서
- 릴레이 모듈
- 소형 펌프
동작 원리
- 토양 습도가 30% 이하로 떨어지면
- 자동으로 펌프 가동
- 적정 습도(60-70%) 달성시 정지
- 카카오톡으로 알림 전송
개발 후기: 물 사용량이 30% 줄고, 작물 품질도 좋아졌어요!
2.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
수집 데이터
- 온도/습도 (DHT22 센서)
- 토양 습도 (정전용량 방식)
- 조도 (포토레지스터)
- 날씨 정보 (기상청 API)
활용 방법
- 데이터 시각화 대시보드 제작
- 이상 상황 알림 (온도 급변, 습도 과다 등)
- 작물별 최적 환경 데이터 수집
3. 병충해 예측 시스템 (실험 중)
아이디어: 과거 날씨 데이터와 병충해 발생 패턴을 분석해서 예측 현재 상태: 데이터 수집 단계 (정확도 아직 낮음) 목표: 예방적 방제로 농약 사용량 줄이기
계절별 전원생활 패턴
봄 (3-5월): 새 시작의 계절
농사 준비
- 모종 키우기
- 텃밭 정리 및 밭갈이
- 올해 재배할 작물 계획
개발 업무
- 겨울 동안 개발한 프로젝트 배포
- 농업 IoT 시스템 점검 및 업그레이드
- 새로운 기술 학습 (온라인 강의)
주말 활동: 지역 농민들과 정보 교환, 농기구 정비
여름 (6-8월): 바쁘지만 보람찬 시기
농사일
- 매일 아침 30분 물주기 (자동화 시스템 보조)
- 주 2-3회 수확
- 잡초 제거 및 병충해 관리
개발 업무
- 새벽(6-8시)과 저녁(7-9시) 집중 작업
- 점심시간에 간단한 농사일
- 더위 피해 실내 작업 위주
특별 활동: 수확한 채소 이웃들과 나눔, 농업 데이터 수집
가을 (9-11월): 수확과 정리의 계절
농사일
- 대량 수확 시기
- 내년 농사 계획 수립
- 농기구 정비 및 정리
개발 업무
- 연말 프로젝트 마무리
- 새로운 기술 스택 검토
- 내년 개발 계획 수립
회고 시간: 올해 농사 결과 분석, 시스템 개선점 도출
겨울 (12-2월): 집중과 계획의 시기
농사일
- 비닐하우스 관리 (겨울 채소)
- 농업 기술 공부
- 내년 작물 및 기술 계획
개발 업무
- 연중 가장 집중적 개발 시기
- 새로운 프레임워크 학습
- 대형 프로젝트 진행
장기 계획: 내년 스마트팜 개선안, 새로운 도전 과제
실패와 교훈: 솔직한 이야기들
실패 1: 첫 해 농사 완전 망함
무엇을 잘못했나
- 욕심: 1000㎡에 20종류 작물 동시 재배
- 무지: 유튜브만 보고 시작한 아마추어 농사
- 방치: 개발 일에 집중하느라 농사 소홀
참혹한 결과
- 토마토: 역병으로 전멸
- 고추: 진딧물로 90% 손실
- 배추: 벌레 먹어서 폐기
얻은 교훈
- 작게 시작: 200㎡부터 천천히
- 지역 멘토: 경험 많은 농민께 배우기
- 기술 활용: IT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 찾기
실패 2: 인터넷 먹통
상황
정전. UPS도 하루 만에 방전되고 LTE hotspot으로 임시방편.
미친 상황들
- 고객사 미팅 중 노트북 배터리 방전
- 긴급 배포를 PC방까지 출동
- 자동 관수 시스템 정지로 농작물 피해
대책
- 발전기 구입: 비상시 최소 전력 공급
- 백업 계획: 여러 대안 작업 장소 확보
- 배터리 확충: 대용량 파워뱅크 3개 추가
실패 3: 겨울 난방비 폭탄
문제
첫 겨울 전기온풍기만 믿고 있다가 한 달 전기료가 45만원 나왔어요.
해결 과정
- 단열 보강: 천장과 벽에 추가 단열재
- 난방 방식 변경: 인버터 에어컨 + 온수매트 조합
- 습관 개선: 불필요한 난방 끄기, 옷 더 입기
결과: 지금은 겨울에도 월 15만원 정도로 관리돼요.
전원생활을 고민하는 개발자들에게
시작하기 전 필수 체크리스트
경제적 준비
- [ ] 6개월 이상 생활비 준비
- [ ] 원격근무 또는 프리랜서 가능성 확인
- [ ] 초기 인프라 구축비 (300-500만원)
기술적 준비
- [ ] 원격 개발 환경 테스트
- [ ] 협업 도구 숙련도
- [ ] 백업 인터넷 연결 방안
심리적 준비
- [ ] 가족/동반자의 동의
- [ ] 사회적 고립감 대처 방안
- [ ] 실패시 돌아갈 계획
지역 선택 가이드
필수 고려사항
- 인터넷: 광케이블 설치 가능한가?
- 교통: 고속도로 IC 30분 이내인가?
- 의료: 큰 병원 1시간 이내인가?
- 편의: 택배 배송, 마트 접근 가능한가?
추천 지역 (개인 경험 기준)
- 충북 단양: 서울 접근성 좋음, 관광지라 인프라 양호
- 강원 홍천: 자연환경 우수, 전원생활 인구 많음
- 경기 양평: 서울 통근도 가능, 인프라 발달
- 전남 담양: 기후 온화, 농업 기술 지원 좋음
주거 형태별 추천
전원주택 전세/월세 (초보자 추천)
장점: 초기 비용 적음, 테스트 가능 단점: 개조 제한, 임대료 부담 추천 대상: 전원생활 경험해보고 싶은 분
농가주택 매입 + 리모델링
장점: 저렴한 가격, 자유로운 개조 단점: 단열 문제, 리모델링 비용 추천 대상: 장기 거주 계획, DIY 가능한 분
신축 전원주택
장점: 최적화된 설계, AS 보장 단점: 높은 비용, 건축 기간 추천 대상: 자금 여유 있고 완벽 추구하는 분
마무리: 전원생활 3년을 돌아보며
가장 좋았던 점들
- 스트레스 감소: 통근 지옥에서 해방
- 건강 개선: 맑은 공기, 신선한 채소, 충분한 운동
- 새로운 도전: 농업에 IT 기술 적용하는 재미
- 시간 여유: 하고 싶은 프로젝트할 시간 확보
힘들었던 점들
- 사회적 고립: 동료들과 물리적 거리감
- 편의성: 뭐든 멀고, 배송도 오래 걸림
- 초기 비용: 생각보다 많은 준비비용
- 농사 실패: 시행착오 과정의 스트레스
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가?
- 도시 생활에 지친 개발자
-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분
- 농업에 관심 있는 분
- 원격근무 가능한 분
추천하지 않는 경우
- 사람들과의 만남을 중요시하는 분
- 도시 문화생활을 즐기는 분
- 팀워크가 중요한 업무하는 분
- 경제적 여유가 없는 분
전원생활은 모든 개발자에게 정답은 아니에요. 하지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원한다면, 그리고 기술과 자연이 만나는 지점에서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보고 싶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합니다.
가장 중요한 건 철저한 준비예요. 충분히 계획하고, 작게 시작해서, 점진적으로 확장해나가시길 바라요.